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은 '전어'의 계절입니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전어는 예로부터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인데요, 올해는 유난히 전어가 많이 잡히고, 가격까지 저렴해지면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전어 풍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낸 기후와 해양 환경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전어의 대반전, '귀한 몸'에서 '국민 횟감'으로 작년 이맘때는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인해 전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금(金) 전어'라 불릴 만큼 귀한 몸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수협과 주요 위판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초까지 전국 위판 전어 물량은 약 94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38톤)의 두 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더 긴 기간으로 보면 7월~9월 누적 물량이 400톤을 돌파해 전년의 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어 가격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횟집 사장님들조차 '30년 만에 이런 진풍경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강수량과 수온이 만든 ‘전어의 풍년'
올해 전어 풍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강수량 증가로 인한 해수 염도 하락과 안정된 수온입니다.
전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옅은 염도를 선호하는 어종인데요, 올해 남부지방은 작년보다 3~4배 많은 강수량이 기록되면서 연안의 염도가 전어가 살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온도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작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고수온으로 전어의 먹이 활동과 서식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올해는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약 1℃ 낮아지면서 해수면 온도 역시 전어의 생육에 적합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전어는 고수온 자체에는 크게 약하지 않지만, 극단적인 수온 변동은 산란과 먹이에 치명적인데요,올해는 이러한 극단적 상황이 줄어들면서 연안 접근이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은 서해와 남해 일부 해역에서 해수의 층별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산소와 영양염 공급이 원활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어의 먹이 생물인 플랑크톤 등이 늘어나 전어가 연안에 머무르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한 해 풍년이 곧 장기적인 자원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과 폭우, 태풍은 언제든지 다시 전어 자원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안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전어의 고소한 맛 속에는 단순한 계절 음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를 거듭하는 바다와 기후가 만들어 낸 거대한 흐름의 일부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자연의 메시지입니다.
이 가을, 노릇노릇 구워진 전어 한 점을 맛보며 자연이 선사한 풍요를 만끽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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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웨더뉴스 예보팀 &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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